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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공부

이태원 사고 1주기에 대한 짧은 생각.

by 비밀의 국어선생님 2023.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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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지 추모를 하고 싶다.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일 년이 지났다.

처음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 사진을 보게 됐을 때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예쁘고 멋진 젊은 친구들이 압사라는 말도 안되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전 국민에게 충격을 준 사고였던 만큼, 일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추모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온갖 매체들에서 유가족과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와 다큐멘터리가 올라오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날의 비극을 다시 떠올리고 있다.

 

나 역시 유튜브로 올라온 대부분의 1주기 추모 다큐멘터리를 다 봤다.

친한 친구를 잃은,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소중한 자녀를 잃은, 죽음의 문턱에서 구조되신.

그 한명한명의 깊은 상처와 눈물나는 기억을 내가 감히 평가할 수도 없고, 위로할 수도 없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에 녹아있는 매체들의 더러운 의도가 내 추모를 방해한다.

 

다큐멘터리들의 초점은 희생자들에 대한 위로와 재발 방지에 있지 않다.

희생자들을 피해자로 만들고, 이 사건을 막지 못한,

보이지 않는 궁극의 어떤 적을 만들어 내는데 초점이 있다.

 

사고의 희생자를 참사의 피해자로 만드는 순간

사고의 재발 방지라는 가장 중요한 본질이 참사를 일으킨 가해자 찾기에 밀린다.

 

이는 세월호 사건과 완전히 일치한다.

 

2014년 세월호가 가라앉은 이후 대한민국의 해상 구조 시스템에 어떤 발전이 있었는가?

해상 사고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발생할 수 있고, 그 큰 사고를 통해 우리는 미진한 해상 구조 시스템을 반성하고 발전시켰어야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그러지 않았고 범인 찾기에만 집중하며 10년이 흘렀다.

 

이태원 사고도 마찬가지다.

충격적인 압사 사건 이후 일 년이 지났다. 

우리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상황에서 개인이 가져야할 안전 의식, 질서 의식을 고취하고,

어떤 부분이 아직도 미진한지,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하는지에 대하여 논의하고 질타해야 한다.

 

"그때 어땠다면...왜 안그랬을까...사과는 왜 안하냐..."에 초점을 맞추고 참사 1주기를 소비하면

머지않아 유사한 사건이 또 생길 것은 자명하다.

이태원 참사에 가해자는 없고, 안타까운 희생자만 존재한다.

우리는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데 모든 전력을 다해야한다.

 

나는 단지 추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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