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타지키스탄이라는 나라에 배낭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이름도 생소한 나라에, 중앙아시아 최빈국. 파미르 고원의 나라.
대학생의 낭만으로 출발한 배낭여행이었다.
타지키스탄 사람들은 손님을 집으로 초대하기를 즐긴다.
특히 한국인과 일본인에 대한 호감도가 매우 높은 나라다.
덕분에 도시를 여행하다 수많은 타지크 친구들의 초대를 받을 수 있었고,
여행하는 2주동안 여러 가정집에서 간식과 저녁식사, 잠자리까지 제공받았다.
재밌는 것은 각 집에 한명씩은 모두 자신의 직업은 '의사'라고 소개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의사거나, 어머니가 의사거나, 큰 형이 의사거나, 자기가 의사거나.
우리나라에선 평범한 사람 주변에 한명 지인으로 존재할까말까한 의사가 집집마다 있는 것을 보고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자 그럼 어떻게 타지키스탄은 의사가 그렇게 많았던 것일까?
그렇다 바로 공공 의대 때문이었다.
타지키스탄은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국가고, 모든 대학은 공공대학. 그래서 의대도 공공 의대였고,
공공의대를 졸업한 '의사 선생님'들이 집집마다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의사 수가 많은 타지키스탄은 평균 수명이 의사 수 부족에 시달리는 대한민국보다 훨씬 짧으며,
심한 질병을 달고 사는 사람도, 심한 외상을 참고 사는 사람도 길거리에서 흔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의대 정원 증가, 공공의대 설립, 지방 의무 개원...
의사 수 부족과 지방 의료 붕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전 정권부터 현 정권까지 지속적으로 나오는 얘기다.
언뜻 생각하면
의사 수가 늘어나면 진료보기가 쉬워질 것 같고, 지방에 거주하는 의사들도 많아질거 같고, 소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를 선택하는 의사들도 많아질 것만 같다.
근데 이거 정말 그럴까?
의사가 많은 타지키스탄은 위와 같은 문제들이 잘 해결됐나?
의료 행위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을 오랜 시간 수련한 똑똑한 사람들에게 맡겨야한다는 것에는 다들 동의할 것이다.
그래서 의대 정원이 적은 것이다.
또래 중에 최고 실력자들이 의사가 되어야 진료 서비스를 받는 온 국민들이 고품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고도의 기술을 오랜 시간 수련한 사람들에 대한 높은 보상을 해줘야 최고 실력자들이 그 길을 택하는 것이다.
의료계에 쌓인 문제들의 해결책은 사람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어려운 길을 택한 의대생들에게 더 높은 보상을 해주는 것.
그것만이 최선의 길일 것이다.
나는 수많은 타지키스탄 의사선생님보다 단 한명의 대한민국의 의사선생님에게 진료를 받고 싶다.
'인생 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태원 사고 1주기에 대한 짧은 생각. (1) | 2023.10.30 |
---|---|
남현희-전청조 이슈에 대한 짧은 생각. (2) | 2023.10.26 |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관하여(이삭과 이스마엘의 싸움) (1) | 2023.10.16 |
홍범도 문제 (3) | 2023.09.04 |
[3류 철학] 도파민 조절하기_0일차 (1) | 2023.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