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문제

2~3주 전부터 홍범도 장군에 대한 이슈로 대한민국이 뜨겁다.

현 정권에서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 흉상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현 정권에서는

 1. 홍범도의 공산주의 이력

 2. 독립군이 괴멸당한 자유시 참변의 책임과의 연루성

등을 토대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야당에서는 강력한 반대 드라이브, 친일 정권 프레임으로 공격을 개시했고

그 지지자들 역시 현 정권에 대한 강력한 혐오를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야당을 지지하지 않고, 오히려 현 정권에게 힘을 실어줬던 사람들까지도

이러한 결정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1. 항일 투사로서의 업적에 대한 존경

  2. 이념의 성패가 혼란했던 과거를 감안하여 공산주의 활동 참작

  3. 자유시 참변의 연루에 대한 부정

정도로 압축될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나름의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들이 크게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육군사관학교와 홍범도 흉상 이슈는 '홍범도'라는 사람에 대한 평가의 문제가 아니라

육군사관학교라는 기관의 의의에 관한 문제라는 것이다.

 

홍범도의 흉상이 육군사관학교에 있으면,

육군사관학교는 일본에 맞서 싸울 국군 장교들을 양성하는 기관이 되고,

 

홍범도의 흉상이 육군사관학교에 없으면,

육군사관학교는 북한에 맞서 싸울 국군 장교들을 양성하는 기관이 되는 것이다.

 

홍범도는 군국주의 일본에게 일정 부분 타격을 주었고,

이러한 활동들이 모이고 모여 2차 세계 대전 종료 후 자칫 하나로 인식될 수 있었던

한반도와 일본 열도의 정체성 차이를 세계에 보여준 기여가 있다.

 

그렇지만 자유주의자가 아닌 공산주의자였던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따라서 홍범도 흉상이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독립기념관에 설치되었다면 큰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중요한 이념 문제가 홍범도라는 인물에 대한 논쟁으로 번져가는 것이 안타깝다.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흉상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홍범도 개인에 대한 존중 부족이라기 보단 대한민국의 건국 이념의 관점에서 

결정된 일이라 생각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