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공부/국어사

훈민정음(1)_'해ᅇㅕ(하여)'와 '니겨(익혀)'

비밀의 국어선생님 2023. 9. 5.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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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을 공부하다보면 

 

'사람마다 해ᅇㅕ 수비 니겨'

라는 문장이 나온다.

 

이를 현대어로 번역하면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익히게 하여'가 된다.

 

뭐 여기까지는 이 블로그에 들어오지 않아도 여러분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다.

오늘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위 문장에서 나오는 '쌍이응'에 대한 설명이 납득할만하게 되어 있는 곳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고등학생들을 위한 참고서에는 'ㅇㅇ'을 사동, 피동 표현에서 나타나는 강조 요소 정도로만 설명하는 것 같다.

근데 여기서 사람들은 질문이 생긴다. 

 

'해ᅇㅕ'가 사동 표현이기 때문에 쌍이응이 쓰였다면,

뒤에 나오는 니겨 역시 사동 표현인데, 왜 '쌍이응'이 쓰이지 않았는가?

 

쌍이응을 단순히 문법 표지로만 설명하면 위와 같은 의문에는 대답할 수가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쌍이응'은 단순 사동 표현의 문법 표지가 아닌 '이' 모음이 겹쳐나는 경우에,

이를 중세국어 표기법인 '소리대로 적기' 원칙에 따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

 

이 관점에서 '해ᅇㅕ'를 다시 분석해보자. 

 

하다 + 이(하다 불규칙 활용) > 해

해 + 이(사동 접사) > 해이

해이 + 여(불규칙 연결어미) > 해이여

 

와 같은 단계로 형태소를 분석해볼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해ᅇㅕ'의 형태소를 쪼개보면

 

'하 + 이 + 이 + 여' 가 된다.

 

이제 보인다, '여'의 반모음 'y'까지 무려 '이'가 3번이 겹쳐난다!

이것을 최대한 표기하려 '쌍이응'을 사용했던 것이다.

 

아아, 역시 한글은 엄청 잘 설계된 문자가 확실하다.

한국어의 위대함에 대하여는 냉정하게 갸우뚱하지만,

한글은 정말 기가막히게 제작된 문자 체계가 확실하다.

 

세종대왕 킹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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